대학생토론대회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대학생토론대회 대상 수상팀 지면 인터뷰)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풀뿌리는 국민이겠지요. 그렇지만 뿌리만으로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햇빛과, 비와, 적절한
온도, 기다림 역시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희는 그 가운데 ‘토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슬로건은 ‘열린 토론, 바른 선택’입니다. 어떤 의견에도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른 선택,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의 모습 ]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토론’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가깝거나, 친근한 느낌을 들게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의 분야,
일정 지적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가진,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깝다는 느낌이 있기도 합니다.
사실 토론은 그 어떤 것보다 우리의 옆에 가까이 있는데 말이죠. 학창시절의 반장선거나 소풍 장소 결정, 가족 여행 일정이나 명절에 가족끼리
나누는 이야기들, 연인 사이에서 데이트 일정에 대한 논의 모든 것들 역시 토론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는 모든 것들은 ‘토론’이고, 그것은 우리 일상생활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유난히 더웠던
8월의 여름, 그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대학생’ 토론대회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아니, 128개 팀이 참가한 이번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평범한’ 대학생 두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긴장하고, 실수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멋지게 관철 시켰던 두 여학생(이청아?이재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과의 인터뷰입니다.
[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우승 팀의 모습입니다 ]
1. 이번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청아 : 원래 토론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참가 전에 두
개의 토론대회를 나가봤었는데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대학생 토론대회 중 가장 큰 대회인 본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재은 : 팀원이었던 언니의 제안으로 나가게 됐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수업 중에 언니가 갑자기 “재은아,
너 나랑 토론대회 안 나갈래?”라고 묻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토론에 흥미를 갖고 대회에 참가해왔던 터라 딱히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사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토론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아직 1학년인 터라 대학 토론의 수준이 아직 저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미뤄두고 있었거든요. 뭔가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난 뒤에 참가해야 할 것 같았어요. 언니의 뜬금없는 제안 덕에 용기와 흥미를 얻어 그 시기를 당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 토론대회 입상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이청아 : 저도 토론대회를 처음 나온
것이 아니었고, 같이 나온 팀원도 그 직전 대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봤던 친구였기 때문에,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친구는 모교인 고등학교에서 캠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올 수 없어, 대회 전에 한차례도 함께 맞춰볼 수 없었고, 저도 계절학기가 토론대회 직전에 종강하여 준비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재은 : 대회 준비 과정이 녹록지 않았어요. 대회 직전까지 언니는 계절 학기를 듣느라 바빴고, 저는 강원도에서 영어 캠프
지도자로 참가하고 있었던 중이라 대회 전날까지 둘이 만나지를 못했거든요.
대회 일정도 캠프 일정 사이에 껴 있었던 거라 대회 참가를 위해 캠프 중간에 잠시 대전에 내려갔어요. 각자 바쁜 와중에 온라인상으로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 준비를 해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결승 당시의 모습입니다. ]
3. 토론 주제가 정치와 관련되어 다루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떤 전략으로
대처했나요?
이청아 :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라, 교수님께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추천받은 책 두 권을 먼저 읽고 나니, 국민소환제의 경우 거의 모든 논거를 책을 읽고 뽑아낼 수 있었어요. 기본소득제
경우에는 부족한 부분은 주제의 시의성을 고려하며 논거를 뽑아냈습니다. (4차 산업과 같은)
이재은 : 정치와 관련된 주제일수록 배경지식이 많으면 좋을 것이라 느껴 전문 자료를 많이 찾아 읽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찾아봤고 인터넷으로 관련 논문도 많이 찾아 읽었어요. 국민소환제는 과 전공 수업 내용과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보니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4. 결승전에 진출했을 때 어떠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나요?
이청아 : 좀 전에 얘기드렸듯이 사실 저와 팀원이 대회 전에 서로 맞춰볼 기회가 없었고,
너무 바빴기 때문에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왕 결승까지
올라온 거, 최대한 열심히 해서 대상을 타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이재은 : 결승 진출 팀이 발표되었을 때 설레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긴장됐어요. 이틀간 수차례 같은 주제에 대한 토론을 반복하면서 저희 팀 논거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준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를 문득문득 깨닫게 됐거든요. 시간 상 부족한 전략을 많이 보완하지 못한 채로 결승 무대에 서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나 봐요.
결승 토론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무대인만큼 빈틈 없이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거든요. 못 하면 부끄럽기도 하고요. 게다가
TV로 결승이 중계된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됐어요. 그래도 마지막 토론인 만큼 최대한 많은 논거를 깊게 활용하려 노력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던 것 같아요.
5. 대상을 수상할 당시의 느낌은
어떠했나요?
이청아 :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희가 다양한 측면에서 논거를 제시했다고는
생각했는데, 상대편 쪽이 그 어떤 논거도 수용하지 않아서 당황한 부분도 없지 않았거든요.
심사위원 분들이 이것을 어떻게 봐줄지가 관건이었죠. 그런데 경험상, 토론대회라는 게 비단 논리 싸움뿐만 아니라, 보이는 매너나, 말투, 이미지, 인상과 같은 것들도 매우 큰 요소를 차지하기 때문에 저와 팀원 모두 졌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심사위원 분들께서 저희가 제시했던 논거들이 대부분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주셨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큰 상을 타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이재은 :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언니와 둘이 첫째 날 첫
번째 토론과 결승전 토론에서 가장 부진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무척 아쉬워했거든요.
무대 위 조명 때문에 열이 올라서 결승 토론 내내 정신이 몽롱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때보다 긴장한 탓에 두서없이 말한 것도 같아 마음을 비우고 결과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저희 팀 이름이 불렸을 때 많이 놀랐고, 당연히 기뻤습니다. 사실 우승을 실감한 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는 KTX 안에서였던 것 같아요.
[ 대상 발표의 순간입니다. 긴장한 모습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6. 토론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이
있다면요?
이청아 : 아무래도 현시대에 대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토론대회
참가를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 제게는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토론대회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토론이 순발력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별로 드라마틱하지 못한 일상 속에서 토론 그 자체가 제게 하나의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정돈된 형태의 공적 발화를 하는 연습을 할 수 있고, 순발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토론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프레이밍을 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재은 : 토론은 관심 분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토론 논제가 주어지면 그 주제와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게 되잖아요. 토론을 많이 준비하면 할수록 아는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가 다양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또 이미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그 분야에 대해 제 생각을 확립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찬성, 반대 측 논거를 모두 찾아야 하잖아요. 의도치 않게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찾고 공감하려 노력하다 보면 양 극단을 모두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 주관을 확립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7. 중앙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전국대학생토론대회의 장점을 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청아 : 이틀에 걸쳐 살면서 가장 많은 토론을 했던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아무래도 현재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토론 대회 중 그 규모가 가장 큰 대회이기 때문에, 정말 토론을 좋아하는 학생들이라면 이렇게 많은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수의 심사위원 분들로부터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좋았고요.
이재은 : 대회가 굉장히 철저히 준비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대회장도 좋았고, 1박 2일 일정에 대한 숙박 및 식사
제공의 질도 매우 좋았습니다. 128팀이 출전해서 경기 수가 그만큼 많았던 게 참 힘들었는데, 그 많은 경기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주최 측의 철저한 준비 덕이었다고 생각해요.
[ 결승 진출한 양 팀 Denken(이청아.이재은), 슈퍼핫(김사무엘.최원석) ]
8. 이번 전국대학생 토론대회가 13회째였는데요, 대회
참가 후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이청아 : 토론을 할 때 들고 나오는 <프레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앞서 기술했듯이, 팀원과 제가 모두 준비 시간이 너무 촉박한 상태로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다른
팀들보다는 자료가 부족했을 수도 있었는데요, 핵심을 찌르는 프레임을 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제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앞의 이런 토론 기술에 대한 경험보다,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아무래도 성취감과 자신감인 것 같습니다.
이재은 : 앞서
답변했다시피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저에게 대학 토론대회의 수준이 혹여 너무 높지는 아닐까 조금 걱정했었는데, 망설이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토론을 준비하며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 논거를 세우는 과정, 그리고 상대방과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거든요.
수업이나 독서를 통해 배우는 것과는 또 달라요. 머리로 받아들이는 공부와 말로 표현하는 공부는 다르다고 하잖아요. 생각보다 후자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토론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발전된 주제로 발전된 사고를 하게 된 좋은 계기였습니다.
9. 토론이 자신의 희망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청아 : 저 같은 경우에는 방송기자가 꿈이기 때문에, 이렇게 큰
규모의 토론대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진로에 대한 연습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토론을 하다 보면, 같은 주제에 대해서 찬반 모두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시각을 넓힐 수 있고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또한 다양한 성격의 토론을 꾸준히 하다 보면 본인에게 부족한 점, 그리고 본인이 뛰어난 점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예를 들면
낮은 성실성/높은 순발력, 등등)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후에 본인의 진로 선택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은 : 토론이
주로 시사성 있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언론 분야의
진로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토론이 제 꿈을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껴요.
10. 차기 토론대회 참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청아 : 근 몇 년 동안 한 일들 중,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토론대회에 참여한 것이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토론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으니,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본인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은 : 언니가 토론대회에 나갈 때마다 저에게 항상 하는 말인데, 토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레임’을 짜는 작업인 것 같아요. 수많은 근거들 가운데 어떤 것을 중심으로 우리 편의 주장을 견고히 할 것인지를 잘 구상해야 토론 중간에
상대편의 흐름에 말리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저도 많이 부족한데 조언을 해드리자니 민망해요. 조언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분들이 토론에 관심을 갖고 저희와 함께 토론대회에도 활발히 참여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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