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표쯤이야? 역사를 바꾸는 한 표!
‘나 하나쯤이야’
현대 사회의 이기적인 개인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개인주의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내 한 표쯤이야’라는 말로 나타난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 표가 선거의 향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의 정치적 참여가 실제 제도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정치 효능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는 이러한 정치 효능감이 매우 낮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내 한 표가 현재를, 내 주변을, 아니 더 나아가 역사를 바꾼다면 과연 어떨까?
<네이버 선거투표 현황 캡쳐>
지난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20대 총선에서도 여전히 유권자의 한 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천 부평갑에서는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와 새누리당 정유섭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보이며 26표의 차이로 정유섭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선거구에서 발생한 무효표는 1,422표나 되어 당락을 결정짓는 득표차의 55배에나 달했다. 심지어 마지막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문병호 후보가 앞서고 있었기에 개표 결과의 충격은 더욱 컸다.
<2008년 강원도 고성 군수 선거 / 출처 : 나무위키>
1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조금 더 극적인 사례로는 2008년 강원도 고성군수 기초단체 보궐선거가 있다. 당시 이전에 당선된 군수가 뇌물수수로 구속되면서 보궐선거를 진행하게 되었다. 정당들은 과거 군수의 도덕성을 고려해 공천하지 않았고, 무소속 후보로 황종국, 윤승근 두 후보가 출마하였다. 두 후보는 처음 개표 결과 동점표였지만, 재개표를 한 결과 ‘1표’차이로 황종국 후보가 당선되었다. 누군가의 한 표가 당선자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한 표가 된 것이다.
<2000년 미국 대선 결과 / 출처 : qalabist.com>
이렇듯 근소한 표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투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존재한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후보의 당락은 플로리다 주의 투표 결과에 달려있었다. 당시 플로리다 주는 투표지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투표를 하는 천공식 투표기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 천공식 투표기는 완전히 구멍이 뚫리지 않아 종이가 남아있는 표는 무효표로 처리해버리는 결함이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유효표가 구멍이 뚫리지 않아 무효표로 인식되어버렸고, 미국의 대통령을 결정하는 선거였기에 플로리다 주의 선거는 다시 일일이 수작업으로 개표되었다. 이러한 개표 작업이 한 달이 넘게 지속되자, 연방 대법원에서는 일정한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까지 진행된 개표 중 더 많은 표를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결정짓기로 한다. 그렇게 조지 W. 부시가 앨 고어와 537표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이러한 선거 결과에 대해 앨 고어는 순순히 승복하고 이는 미국 선거 역사상 유명한 일로 남게 된다.
<영화 'Swing Vote' 스틸컷 / 출처 : 액티버스엔터테인먼트>
이러한 1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Swing Vote>다. 영화 안에서 주인공인 버드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고, 투표를 귀찮아하는 게으른 주당이다. 하지만 그의 딸 몰리는 항상 아버지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대통령 선거인단에 아버지를 등록하고 투표장에 오지 않은 아버지 대신 투표를 하지만 전산 오류로 인해 그 표의 결과가 입력되지 않는다.
하필 그 선거에서 두 후보는 치열한 경쟁 끝에 득표수가 동수가 되고, 전산 오류로 인해 입력되지 않았던 버드의 한 표가 그 투표의 결과를 결정짓는 결정적 한 표가 된다. 그러자 두 후보들은 자신들이 평소 주장하던 것과 정반대인 공약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힘쓴다. 영화 속 몰리는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라고 말하며 투표의 중요성, 정치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말한다.
정치라는 거창한 말 대신 우리의 일상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자. 지금 당장 불만이 없더라도, 우리의 삶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한 표가 나의 현재에, 주변에 그리고 미래에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하여 한 표 한 표 신중하게 행사하자. 누가 아는가, 당신의 한 표가 당선자를 결정짓는 한 표가 될지.
- 제13기 선거명예기자단 허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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