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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특별시민과 댄싱퀸, 한국적 선거를 영화로 풀다.
  •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8-03-26

 

 

<특별시민>과 <댄싱퀸>, 한국적 선거를 영화로 풀다

 

 

[특별기고] 특별시민과 댄싱퀸, 한국적 선거를 영화로 풀다. 주성철 영화잡지 씨네21 편집장 /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 우리시대 영화장인 저자 

 


충무로에서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는 굉장히 드물다. 선거 소재 영화가 드물다기 보다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 자체가 별로 기획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10년대 들어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 (2016)과 이석훈 감독의 <댄싱퀸> (2012), 그렇게 두 편의 영화가 공통적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네이버 영화 '특별시민'

 


최민식과 황정민이라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불같은 남자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하지만 두 영화는 서울시장 선거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 외에는 정서와 스타일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먼저 <특별시민>의 종구 (최민식)는 노동자 출신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나서는 데 반해, <댄싱퀸>의 정민 (황정민)은 운동권 출신의 인권변호로 영화 속 민진당의 국회의원이자 대학 친구인 종찬 (정성화) 권유로 졸지에 생각지도 못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게 된다.

 

또한 종구는 차기 대권을 노리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욕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정민은 첫 번째 TV 토론회에서 종구 같은 베테랑 정치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입도 벙긋 못할 정도로 순박한 소시민에 가깝다.

 

 

 

ⓒ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명저를 통해 미국정치의 현실을 보여주었던 죠지 레이코프는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프레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프레임이란 '사물과 세상을 이해하는 체계'로 지금도 한국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자 방법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그가 창안한 '프레임 분석'이라는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두 영화 모두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과의 관계다. 할리우드 등에서 만들어지는 선거영화와 비교해 이른바 '한국적' 특징이라 부를만한 것이 바로 영화에 가족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여태껏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가족 모두 선거운동에 헌신해야 하고 조그만 약점도 용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어떠한 의문도 허용하지 않는 '가장'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영화에서는 그 구속력이 더욱더 강해진다.

 

 

 

ⓒ네이버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먼저 <특별시민>에서 종구의 딸 (이수경)은 자신이 아버지의 병풍에 지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아무런 애정도 없는 것 같은 아내 또한 기계적으로 그 병풍 역할에 충실한다. 심지어 딸의 차를 가지고 외출했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그 딸을 희생시키려 한다.

 

가족은 병풍에서 더 나아가 가장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 후보 진주 (라미란)의 아들이나 하버드 출신으로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티브 (이기홍) 또한 어머니의 유세를 물심양면 돕는다.

 

아무리 '미국식 개인주의' 아래 성장했다고 해도 '듬직한 아들내미'라는 표현으로 철저히 한국적 정서 아래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는 마약 파티 의혹으로 오히려 어머니의 선거운동에 독이 되고 만다. 물론 그 또한 후보자가 부모로서 감내해야 할 몫이다.

 

 

 

ⓒ네이버 영화 ‘댄싱퀸’ 스틸컷

 

 

<댄싱퀸>은 사실 그 가족 문제가 보다 전면에 드러난다. 서울시장 후보의 부인과 화려한 댄스 가수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아내 정화 (엄정화)가 오히려 남편보다 더 단독 주인공에 가깝다.

 

왕년에 '신촌 마돈나'로 불렸지만, 현재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정화는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지만, 케이블TV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나갔다가 젊은 시절 자신에게 명함을 건넨 대박기획 실장 한위 (이한위)로부터 댄스그룹 '댄싱퀸' 데뷔 제안을 받게 된 것, <특별시민>과 비교하자면 선거를 코미디 장르 안에서 소화하고 있긴 하지만, 가족의 사소한 사생활까지 지지율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혹은 가장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는 가족을 '패륜'으로까지 몰고 가는 선거 아래에서 '선거 후보의 가족은 얼마만큼의 개인적 영역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존경받는 정치인 사모님과 고단한 가수 연습생 사이에서 공과 사의 구분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네이버 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그럼에도 두 영화는 가족 문제에서 더 나아가 한국 정치와 선거의 냉정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정통 정치드라마와 코믹드라마라는 서로 다른 두 얼굴을 하고 있지만, 두 영화는 한국 선거의 민낯을 공유하고 있다.

 

먼저 <특별시민>의 종구는 선거유세 기간 중에 교통단속에 걸릴 위기에 처하자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음주단속을 철수시키고, 이후 벌어진 자신의 사고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입단속까지 시킨다. 현재의 시장이 경찰과 군대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기묘한 한국적 상황이다.

 

<댄싱퀸>도 마찬가지다. 준비 안 돼 보이는 후보 정민에게 한국적 해학과 '정(情)'이 통한다. 입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했던 첫 번째 토론회와 달리 두 번째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분유값도 제대로 모르는 타 후보들이 돈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분유값이 비싸면 모유를 먹이면 되지 않느냐"라는 타 후보의 황당한 발언에 격분하여 "엄마들이 젖소입니까? 아무 때나 쫙쫙 짜면 우유가 나오게?"라고 호통치며 유권자들의 웃음을 얻어내고 마음까지 움직인다.

 

 

 

ⓒ네이버 영화 ‘댄싱퀸’ 스틸컷

 


하지만 두 영화가 그려내고자 하는 공통된 테마는 바로 선거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특별시민>에서 종구의 권유로 겁 없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던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은 종구와 독대하며 잠시나마 ‘정치 입문’이라는 꿈을 그렸을지 모르나, 과감하게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 그 판을 떠난다.

 

그럼에도 그 표정은 한없이 유쾌해 보인다. <댄싱퀸>의 정민과 정화도 부부간의 갈등을 극복해가며 ‘마누라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는 세간의 시선을 넘어 오히려 지지율을 급속도로 높여 간다. 아내의 꿈을 인정하면서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특별시민>의 종구가 사소한 것 하나까지 감추려고 하면서 괴물이 되어갔다면, <댄싱퀸>의 정민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선거판의 요정이 되어간다.

 

<특별시민>은 진실과 무관하게 가짜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믿게 만들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작 그것은 <댄싱퀸>에 더 들어맞는 얘기가 되어버렸다. ‘진실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믿게 되어있다’는 평범하고도 비범한 그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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