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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선거] 공동경비구역 JSA -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7-06-19

 

 

 

[영화와 선거] 공동경비구역 JSA -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관련이미지1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와 이병헌, 이영애가 주연을 맡았던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의 팽팽한 긴장의 상태가 초래한 비극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2000년에 개봉했고, 케이블 TV에서도 수차례 방영된 덕분에 반복 관람한 사람이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비극적인 기운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남과 북의 병사들이 나누는 우정의 미담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영화가 처음 관객과 만났던 그때는 남과 북의 미담이 신선하고 강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와 선거] 공동경비구역 JSA -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관련이미지2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 초소에서 발생한 북한 병사와 장교의 사망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당시 남한 병사와 북한 병사 사이에 교전이 있었다.

 

교전을 벌였던 양쪽 병사들의 주장은 다르다. 남한 병사들은 북한 병사들이 자신들을 납치했었다고 진술한다. 북한 병사들은 갑자기 남한 병사들이 초소로 침입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진실은 사실 이들이 꽤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들이 어떻게 교분을 쌓아왔는지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함께 김광석의 노래들을 들었다. 함께 닭싸움을 했고,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서로의 가족과 연인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로 선물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불렀다. 영화에서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면은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며 아름답다.

 

그런데 왜 그들 사이에서 사람이 죽은 것인가? 누가 그에게 총을 쏜 것인가. 왜 그는 총을 쏘았을까.

 

 

[영화와 선거] 공동경비구역 JSA -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관련이미지3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공동경비구역 JSA>의 비극은 일종의 해프닝과 같다. 하지만 이 비극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이수혁 병장(남한, 이병헌)과 남성식 일병(남한, 김태우)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중필 중사(북한, 송강호)와 정우진 전사(북한, 신하균)를 찾아간다.

 

4명의 남자들은 또 함께 술을 마시고, 김광석을 듣고, 담배를 나눠피고, 선물을 주고 받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축 처진 분위기를 정우진이 바꿔보겠다며 방귀로 장난을 친다. 냄새를 빼려고 남성식이 북한 초소의 문을 연 순간, 모두가 얼어버린다. 그곳에는 북한군 장교가 있었다. 이들의 교류가 발각된 것이다.

 

장교는 바로 총을 빼내 남한 병사들을 겨누고, 이수혁 역시 그를 총으로 겨눈다. 하지만 힘의 균형이 다시 깨진다. 장교의 명령에 겁을 먹은 정우진 마저 남한 병사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다.

 

숨막히는 대치상황을 중재하려는 건 오중필 중사다. “수혁아, 총 내려놔라. 이제 어쩔 수 없지 않갔어? 내가 잘 말해줄테니까, 자진 월북한 걸로 하고 우리 공화국에서 살자우.” 이수혁은 거부한다. “저 새끼말 못 믿는 거 형이 더 잘 알잖아! 형도 그랬잖아.

 

공 세우려고 혈안이 된 새끼라고. 우리 둘 다 죽여놓고, 잠입한 놈들 사살했다고 구라칠 게 뻔해.” 그제야 이수혁은 현실을 깨닫는다. “형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결국 우린 적이야.” 하지만 오중필은 모두가 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걸어본다. “야 이수혁이 이딴 식으로 나가다가는 전부 다 죽는 기야. 자.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우. 동시에 내리는 기야요.” 그렇게 오중필이 양쪽의 총을 잡고 동시에 내린다. 

 


 

[영화와 선거] 공동경비구역 JSA -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관련이미지4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양쪽 모두 총을 거두었다면, 이수혁과 남성식이 다시 남한 초소로 돌아갔다면… 북한 병사들은 장교에게 문책을 당했겠지만, 그래도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수혁과 남성식에게 북한 병사들과의 우정은 평생의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비극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초소 안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울리던 카세트 데크가 ‘찰칵’ 소리를 낸다. 이 작은 소리 하나에 팽팽한 긴장이 다시 당겨진 것이다. 북한군 장교는 다시 총을 빼려하고, 그걸 본 남성식도 총을 빼서 그를 쏜다. 그걸 본 정우진이 총을 쏘자, 남성식은 그에게도 총을 쏜다. 그는 총질을 제어하지 못한다. 동생처럼 아꼈던 정우진은 그가 난사하는 총을 계속 맞는다.

 

하지만 이건 이수혁의 거짓말이었다. 사실 정우진에게 총을 쏜 건 이수혁 자신이었다. 죄책감을 느끼던 그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조금 전 이수혁의 대사가 다시 생각나는 상황이다. “형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결국 우린 적이야.” 이들의 비극을 초래한 건 서로에게 갖고 있던 두려움과 공포다. 카세트 테이프가 돌아가는 작은 소리 하나에도 괴물이 되어 나타나는 공포다.

 

[영화와 선거] 공동경비구역 JSA -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관련이미지6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새로운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야당 당사를 찾아갔고, 이후에는 곧바로 각 당의 원내대표를 초대해 오찬을 함께 했다. 또 대통령의 여러 행보에 대부분의 야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우정의 시기에도 그들이 서로에게 가진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진 건 아니다. 오중필 중사의 말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양쪽 모두 총을 내려놓을 수는 있지만, 언제 어디서 카세트 테이프가 돌아갈 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두려움과 공포는 단지 정치인들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각 정당의 지지자들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의 통합과 협치는 정치인들 만의 화합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지지하는 대통령이, 내가 두려워하는 세력과 손을 잡으려 한다면, 나는 그를 지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런 지지자들을 다 함께 품고 협치를 할 수 있을까? 결국 정치의 통합과 협치에 필요한 건, 작은 소리에도 먼저 총을 꺼내지 않을 용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 용기는 정치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 한 표를 던졌고, 그 결과에 따라 기뻐하거나, 슬퍼했던 유권자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글 :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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