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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타협하되 망가지지 말자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7-06-13

 

 

내가 젊고 어리석고 순진했을 때,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었다. 옳은 쪽은 항상 옳고 틀린 쪽은 항상 틀렸어, 라고 선배들은 우리를 가르쳤다. 우리는 항상 옳고, 저들은 뭘 해도 틀렸어. 군부독재라는 확실한 적이 있었기에 나는 선배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특별기고] 타협하되 망가지지 말자 관련이미지1 

 

 

내가 젊고 어리석고 나약했을 때, 나는 비록 앞장서 싸우지는 못하지만 옳은 쪽을 바라보며 살기로 했다. 젊음은 단순명쾌한 논리에 끌리기 마련이다. 가끔 정말 그런가 의심이 들었지만, 옳은 쪽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내 머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노선이 다르면 연애도 깨지던 시절. 우리와 저들 사이에 중간지대는 불가능해 보였다.

 

절충은 곧 배신이며 타락이라고 나는 쉽게 생각했다. 원칙을 지키는 게 어렵지 타협은 너무도 쉬울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한때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추악하게 변모해 가는 모습을 나는 지켜보았다. 나와 다른 진영, '틀린' 편에도 옳은 사람이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늘 올바른 쪽도 없고, 늘 틀린 쪽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나는 철이 들었다.

 

[특별기고] 타협하되 망가지지 말자 관련이미지2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의 시처럼, 선과 악이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해 보일 때도 있었다.

 

최선을 다하는 삶보다 차선을 다하는 삶이 더 어렵다. 타협을 하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게 된 지금. 난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려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 세상 사는데 필요한 타협의 기술을 배우지 못했나 원망이 들곤 한다. 언젠가 어느 기업의 연구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강의에서 나는 말했다.

 

“원칙을 지키는 건 쉬워요. 그냥 (원칙을) 지키면 되요. 그러나 타협은 어려워요.” 타협을 하면서도 망가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다. 자신을 지킬 자신이 있으면 악마하고도 거래하는 게 정치 아닌가.

세상에 내가 타협을 가르치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더 변해야 쓰겠다.

 

글  최영미 시인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등이 있다.  시집 『돼지들에게』로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

첨부파일 : ta2017061400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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