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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콘서트> 진중권, 이준석, 김홍신이 말하는 선거는?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7-03-02

 

 

뉴스는 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한다. 대선과 관련된 뉴스들이 연일 지치지도 않고 이어지는 건 그만큼 기자들이 할 말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선 수요가 따라주니 공급이 발생하는 것일 테다.

 

기자들이 아무리 할 말이 많아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금세 단종 되거나 아예 가판대 위에 올라보지도 못하는 게 시장경제체제에서 뉴스의 운명이다. 그래서 매일 대선만 다루는 뉴스들이 지겹지 않았다. 선거에 가지는 국민들의 관심이 아직 유효할 뿐 아니라 열렬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의 반증으로 여겨진 이유에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대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부응할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2월 17일 강남 올림푸스홀에서 80분에 걸쳐 진행된 ‘신뢰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아침부터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탄 이유이기도 하다.

 

신뢰 콘서트에 대한 간략한 개요를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세 가지였다. 사회자가 정관용 아나운서에 패널로는 진중권 교수,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 김홍신 작가라니 정말 쟁쟁한 사람들로만 섭외를 했다는 생각, 8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때문에 어떻게 진행이 되든지 지루하진 않겠다는 생각, 세 번째로는 그래서 이 콘서트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뭔가 싶었다. 신뢰 콘서트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이 행사의 정체성이나 목적성을 쉽게 유추하기 힘들었다. ‘듣다보면 알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출연진들의 등장을 박수로 응대했다.

 

<신뢰 콘서트> 진중권, 이준석, 김홍신이 말하는 선거는? 관련이미지1 

 


대한민국 선거의 현주소 - 축제의 장? 갈등의 장?

 

신뢰 콘서트는 정관용 사회자가 패널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한 경험을 물으며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대답을 한 진중권 교수는 찍은 사람이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답한 이준석 위원장은 한 사람 빼고는 찍은 사람이 모두 당선되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김홍신 작가는 한때 자신이 시대에 못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기도 했다며 짐짓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세 사람의 상반되는 대답에 이제껏 투표가 갈등의 장이었다고 생각하느냐 축제와 화합의 장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홍신 작가는 ‘손실혐오’라는 개념을 가져와 대답했다. 사람은 이익을 보았을 때의 즐거움보다 손실을 보았을 때의 분노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해소할 민주교육이 부족하다보니 체감 상으로 갈등구조가 우세하였다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조금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싶다며 갈등이 많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높은 편임을 강조해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욕으로 쓰이기까지 한다고 했다.

 

이준석 위원장도 진중권 교수의 말을 이어받았다.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 교수님이 “한국은 아시아에서 평화로운 정권교체의 방식을 지니고 있고 이를 행사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였다.

 

 

<신뢰 콘서트> 진중권, 이준석, 김홍신이 말하는 선거는? 관련이미지2 


대한민국 선거 속 대립과 갈등 - 존재의 충돌과 적대적 공존관계

 

세 패널은 1인 1표제와 직선제, 간소화된 투표 과정 등 정치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갖추지 못한 우수한 선거제도를 우리나라가 갖추고 있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라며 갈등에 대해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김홍신 작가는 선거 때마다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드러나는데 이 상태로는 남북통일 이후의 분열이 더욱 극심할 것이며 동서갈등이 해결되어야 남북갈등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갈등의 생산적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선거 때마다 보이는 갈등의 양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의견의 충돌이 아니라 존재의 충돌은 소모적이라는 것이다.

 

나의 존재이유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함이 되는 적대적 공존관계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실제로 선거에 출마해보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정책은 민의를 반영하기 때문에 보수든 진보든 정책이 하나로 수렴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이 ‘요리의 신선함’이라면 선과 악 구도 형성은 ‘조미료’라고 비유했다.

 

조미료가 너무 강하면 정작 요리에서 더 중요한 것들이 의미를 잃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 연설에서 화제가 되었던 말이 “이 곳에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애국자와 반대하는 애국자가 있습니다.”였던 것을 언급하며, 정치적 의견을 두고 정의와 불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뢰 콘서트> 진중권, 이준석, 김홍신이 말하는 선거는? 관련이미지3 

 

 

향후 대한민국 선거의 방향 - 실현 가능성과 비전을 고려한 정책선거

 

이어서 세 패널은 다음 대선에서 앞으로는 어떠한 선거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입을 뗀 이준석 위원장은 유권자들이 기호나 당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지금 이 자리에 방청객을 딱 두 분류로 나눈다고 하면 여성, 남성으로밖에 나누지 못하겠다며, 모든 국민을 정치적으로 이분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국민들은 이분화된 기호나 당에 의지해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꼬집어 말했다.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후보가 누구일지에 대해 알아보려는 별개의 노력을 유권자들이 하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표하면서였다.

 

김홍신 작가는 유권자들이 공약을 들을 때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대선 주자들이 세금 언급 없이 공약만 말하는데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세금이 들 수밖에 없고 세금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만 보고서 결정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실현가능성은 두 번째라고 보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적합성과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만을 따지면 정치적 상상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고 후임을 고려한 장기적 비전도 제시하는 시대정신이 대통령에게 요구될 자질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신뢰 콘서트> 진중권, 이준석, 김홍신이 말하는 선거는? 관련이미지5 


한국 선거관리제도에 대한 신뢰 -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 해소

 

토크 중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잠깐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진중권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문제인 것 같다며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다보니 음모론이 등장한다고 보았다.

 

사람이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현상에 대해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들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부분들을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선을 넘어선 음모론으로 채우면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는 것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투, 개표 관련 재판에서 진 적이 없는 것만 보아도 우리나라 선거시스템의 공정성에 의혹을 표하는 건 지나친 음모론이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세 패널에게 던져진 마지막 질문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었다. 김홍신 작가는 미래는 후손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며 선거를 통해 머슴을 제대로 만들어야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구도에 매몰되지 말자는 짤막한 말을 남겼고 진중권 교수는 참여를 강조하였다. 세 패널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정관용 사회자가 이번 선거가 갈등의 장에서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당선 확정 이후 승자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패자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신뢰 콘서트는 마무리되었다.

 


신뢰 콘서트 - 희망·공정·화합의 대한민국을 위한 시작으로서의 선거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사회자와 주관과 사회적 지위가 있는 세 명의 패널이 이끌어가는 80분간의 대화가 길게 느껴질 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30분 같은 80분으로 유독 짧게 느껴진 데는 그 내용에 대한 만족스러움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홍신 작가의 손실혐오나 진중권 교수의 적대적 공존관계, 이준석 위원장의 조미료론까지 하나같이 가치 있는 말들의 연속이었다. 신뢰 콘서트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뢰에 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왜 이름이 신뢰콘서트인지 알 것 같았다.

 

토크 콘서트에서 패널들이 공감했던 말처럼 우리나라는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는 생산적인 갈등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때야 비로소 선거가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신뢰’이다.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니 나와 다른 의견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불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모두 애국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런 생각을 가짐으로써 다음 선거가 화합과 축제의 현장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신뢰 콘서트라는 이름에 투영되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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