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텔링

HOME > 알림 > 스토리 텔링 > 스토리 텔링
좋아요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6-10-01

 

어떤 영화들은 감독의 의도와 달리 영화가 개봉한 시점 때문에 더 의미심장해진다. 휴 잭맨과 앤 헤서웨이 주연의 <레미제라블>은 2012년 12월에 개봉해서 크게 흥행했는데, 이후 당시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이 영화의 흥행요인을 결정짓는 분석이 나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2011년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화산의 폭발을 기대하는 아이들이 결국 세상을 위해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11 대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에 일본에서 개봉한 터라, 당시 일본 관객들은 이 영화를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위로로 생각했다. 영화는 지진이 일어나기 이전에 제작됐지만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제작된 <명량> 또한 약 3개월 후에 개봉했고, 영화의 흥행를 분석하며 영국 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언급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영화들은 관객과 만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의도와 상관없이 관객과 만나는 시점은 그처럼 영화의 본질까지 바꿔놓는다.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관련이미지1 

<영화 ‘SULLY’ 포스터 / 출처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리고 2016년 9월, 미국에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토리노>의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새 작품을 내놓았다. 2009년 1월 15일, 새와의 충돌로 양쪽 엔진이 고장 난 후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했던 US 항공기 1549편의 실화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설리>)이다.

 

영화는 당시 뛰어난 기지로 항공기 내의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살린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에 관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은 매우 정치적으로 보인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오는 11월 8일에 열린다. 선거를 불과 1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미국인이 기억하는 영웅 중 한 명인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관련이미지2 

<영화 ‘SULLY’ 스틸컷 / 출처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웅에 관한 이야기지만, <설리>는 지금까지 봐온 영웅신화의 이야기와는 구성이 다르다. 영화는 US 항공기 1549편이 성공적인 비상착수로 미국 전역을 기쁘게 만든 이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설리는 기적을 이룬 후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꿈에서는 자신의 실수로 비행기가 뉴욕의 마천루를 격추하는 악몽을 경험하고, 현실에서는 자신을 따라붙는 언론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는다.

 

게다가 항공사와 보험사, 연방정부는 “정말 비상착수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처음 이륙을 했던 공항이나, 주변에 있는 다른 공항에 착륙할 수는 없었는지에 대해 설리를 추궁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설리에게는 155명의 사람을 살렸다는 기적은 악몽이 된다. 만약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는 불명예 퇴직을 하고 연금도 못받고 가족들을 건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설리는 끊임없이 그날의 비행을 복기한다. 어떤 상황이었던가, 나는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건가, 내 직감은 옳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 고집이었던 걸까.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관련이미지3 
<영화 ‘SULLY’ 스틸컷 / 출처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쪽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추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의심하는데, 그 자신은 악몽을 꾸고 있다. <설리>는 그의 내면과 바깥 세계의 풍경을 보여준 후에야 2009년 1월 15일의 상황을 설명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비행을 준비했다. 부기장은 설리에게 목적지에 가면 맛있는 스테이크를 사겠다고 약속한다. 승객들은 저마다 여행의 기대를 갖고 있다. 비행기는 이륙했고,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늘을 날던 새들이 비행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다.

 

 양쪽 엔진이 모두 꺼졌다. 관제탑에서는 비상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알려주지만, 40년 동안 비행을 했던 설리는 이 비행기가 회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바로 옆에는 허드슨 강이 보였고, 그는 이 강에 비상착수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상착수가 사람을 살린 적은 없었다.

 

관제탑의 직원들이 비행기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을 때, 설리는 승객들을 향해 “충돌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승무원들은 목소리를 높여 안전수칙을 반복해 외친다. 비행기는 강 위에 착륙했고, 설리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비행기 날개와 구명보트로 안내했다. 그렇게 모든 승객들이 다 빠져나간 후, 설리는 남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비행기 밖으로 나간다. 다행히 당시 허드슨 강에는 사람들을 실어나르던 출근보트가 여러 척이 있었고, 뉴욕 경찰들과 구조대는 바로 출동했다. 모든 사람을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24분이었다.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관련이미지4 

<영화 ‘SULLY’ 스틸컷 / 출처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설리>에서 비행기의 이륙과 비상착수에 이르는 이 과정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장면이다. 한국 관객들은 <설리>에서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떠올리겠지만, 미국 관객들은 9.11 사태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미국 관객들은 <설리>의 이 장면에서 그래도 세상(미국)은 안전하고 훌륭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행기의 승무원들은 완벽하게 매뉴얼을 숙지했고, 그 매뉴얼에 따라 사람들을 구했다. (승무원들이 매뉴얼을 외치는 장면은 상당히 힘이 세다.) 승객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모두가 함께 사는 방향을 도모했다.

 

구조대는 신속 정확하게 현장에 출동했다. 구조된 이후에도 “사람들이 죽는 거냐”며 흐느끼는 승객에게 한 구조대원은 단호하게 말한다.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리는 육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생존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국가운수안전위원회의 조사에서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 혼자가 아닌 승객, 승무원, 구조대, 경찰 등 모두 같이 해낸 겁니다.”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관련이미지5 

<영화 ‘SULLY’ 스틸컷 / 출처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지금의 미국관객들에게 <설리>는 2009년의 기적을 통해 지금 미국에서 필요한 가치와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치와 시스템을 수호하는 동시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한 인간의 직관과 선택을 경탄하게 될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비행기를 제작한 에어버스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며 “시뮬레이션 상에서는 비행기를 활주로에 착륙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시 설리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설리는 “시뮬레이션에는 인적 요인이 없다”고 지적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미리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당황하며 긴장하고, 공포감을 느끼는 가운데에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시뮬레이션 과정에 인적요인을 설정하게 만들고, 이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는 설리의 승리로 나타난다.

 

 즉 <설리>는 한 명의 인간이 여러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실행한 위대한 결단에 관한 이야기다. 그 결단이란 누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데이터와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인간이 감당해야 할 숙제다. 

 


[영화와 선거]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SULLY, 2016)> 관련이미지6  

<영화 ‘SULLY’ 스틸컷 / 출처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새로운 선택을 앞두고 있는 미국 관객에게 <설리>는 누구를 선택해야하는가에 대한 이정표와 같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가 하필 2016년 9월에 미국 관객과 만났기 때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또한 <설리> 개봉 후, A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꼭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말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고, 똑똑해요. 이 나라가 지금 바로 그의 영리함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누가 우리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사실 미국뿐만 아니라 선거를 대하는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첨부파일 : aaaaasum11123.png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들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담당부서와 사전 협의 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콘텐츠 만족도

평가하기

- 담당부서 : 홍보과 / 02-503-2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