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텔링

HOME > 알림 > 스토리 텔링 > 스토리 텔링
좋아요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특별기고] 내가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투표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6-02-18

 

[특별기고] 내가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투표

 

 

투표는 선호하는 정당과 사람에 대한 승, 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중요한 정치행위이며, 나라의 정책 결정에서 우리의 세계관도 포함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당한 권리 주장이다. 

 

선거철마다 젊은 세대의 낮은 투표율이 화제에 오른다. 일부 어르신들은 ‘자기가 살아가는 나라 일에 관심조차 없다’ 면서 쯧쯧 거리신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거꾸로 ‘어차피 뽑을 사람도 없다.’라고 말한다. 정치는 자기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믿는 이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각종 보도 채널에 나오는 정치뉴스를 보면 마치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는 것 같아 불편하고 재미없다. 어느 당의 누가 누구를 잘랐고, 누구를 선임했고, 누가 누구를 배신했고 등등의 스토리들이 줄줄이 펼쳐지는데 등장인물과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관심이 갈 수 없다.

 

 

게다가 정책 이야기라며 냉전시대의 잔재인 ‘좌’니 ‘우’ 같은 용어들이 난무한다. 냉전 종말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는 먼 역사책 속 이야기 같아 공감하기 어렵다. 냉전 시대 이념 논쟁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전혀 경험한 바 없어서 가슴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드론, 인공 지능, 로봇 등 첨단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한 엄청난 일자리변화, 글로벌 환경파괴 방지, SNS 프라이버시, 인터넷 개인 미디어 정책, 글로벌 플랫폼과의 호환 같은 실제 젊은 세대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만 한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20-30대가 투표를 안 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지향적인 사회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게 할 유일한 방법은 빠짐없이 투표에 참가하는 것 밖에는 없다.

 

투표한다, 고로 존재한다.

 

VOTE 

 

 

프랑스 철학자 죠셉 드 메스테르는 ‘국민은 그 국민 수준에 맞는 나라를 가지게 되어 있다.’ 고 말했다. 민주 사회에서 말하는 국민은 모든 국민이 아니다. 투표하는 국민만을 말한다. 40대 이상의 장년층, 또는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이 투표를 많이 하면 정치권은 자연히 이들이 선호하는 인물과 사건 스토리를 정치에 적극 활용할 것이다.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연령층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 중심으로 정책을 정하고 후보자의 메시지도 결정해야 더 많이 득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딱히 뽑을 사람이 없다.’고 느껴져도 투표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투표는 단순히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뽑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투표해서 꼭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와 정당이 승리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요즘 20대들이 많이 투표를 한대요.’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인터넷상에 드러나는 젊은 세대의 기막힌 창의력과 문장실력, 새로운 상품, 서비스 등을 만들어 홀로서려는 의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겪는 애로 사항 같은 것들이 정치 아젠다에 포함되고 그들이 선호하는 정책이 나오게 만들 수 있다.

 

투표는 선호하는 정당과 사람에 대한 승, 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중요한 정치 행위이며, 나라의 정책 결정에서 우리의 세계관도 포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당한 권리 주장이다. 근대적인 민주주의를 발명한 프랑스에서는 ‘투표권’을 말 그대로 ‘목소리 Voix’ 라고 부른다.

 

우리도 국민이다, 투표권을 쟁취한 흑인과 여성들

 

 

 

<마틴 루터 킹 / 출처 : 위키피디아>

 


그래서 세계사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투표권을 얻으려고 목숨 걸고 끊임없이 싸워왔다. 미국 남부의 흑인들만 봐도 투표권을 얻기 위한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 남북전쟁 종식 후 남부의 백인들은 흑인들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몹시 짜증났다. 자신들의 집에서 노예살이나 하던 ‘미천한’ 인종의 목소리까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부당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런 기분을 참을 수 없던 미국 남부 지역에 살던 백인들은 소위 ‘할아버지 법’ 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법은 투표하려면 할아버지도 투표권자로 등록되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당시의 흑인들의 할아버지는 주민등록이 없던 노예였으니 투표권자였을 리 만무했다. ‘할아버지 법’으로도 투표를 말리지 못하면 백인들이 자기 집에서 오랫동안 노예생활을 한 흑인들을 협박하거나 투표장 앞에서 모욕을 줘서 표를 행사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 남부 정치권은 상당 기간 동안 흑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흑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는 물론 아주 기본적인 수도 시설, 쓰레기 수거, 경찰 보호 같은 것도 제공해주지 않았다. 한참 후에 마틴 루터 킹 등 흑인 목사들을 중심으로 흑인들이 당당하게 투표를 하러 가게 되었고, 100여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미국은 흑인 대통령 시대도 열었다.

 

 

 

<여성 선거권 / 출처 : 위키피디아>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1900년대 초 남성 잡지는 여성들 때리는 회초리를 공공연히 광고했다.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여성들이 부당하게 매를 맞아도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에 유럽과 미국의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은 후부터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선거 때마다 정치가들이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어느 누구도 유권자의 반을 소외시키는 성 차별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투표를 하러 오는 여성과 흑인 숫자는 오늘날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큰 숫자다. 누가 이기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는 권력의 핵심까지 울려 퍼진다.

 

중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라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물론 투표로 나라 일을 결정하는 데에 대한 단점도 있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후로부터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까지 15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아직도 여성들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어떤 나라에서도 남녀의 가사 노동 시간, 같은 업무의 급여 등이 정확하게 같은 나라도 없다. 투표를 통해 나라 일을 정하면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세상을 바꾸고 싶고, 바로 더 잘 살고 싶고, 남들에게 내 주장을 펴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투표는 너무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더딘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300' / 출처 : Warner Bros>

 


2500년 전에도 그렇게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세계 최초로 민주투표제도를 도입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를 방문한 페르시아의 사신이었다. 영화 <300 > 의 첫 장면을 보면 엄청난 군사력을 자랑하는 페르시아 제국은 사신을 보내 소규모 도시국가들을 정복하며 대제국을 이룬다. 당시 페르시아의 황제 케르케세스는 젊고 패기 넘치는 황제였다. 젊은 패기로 중동을 정복했고, 빠른 속도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해 대제국을 이루었다. 젊은 황제는 여전히 나라 영토를 더욱 넓히려고 작은 도시 단위로 나뉘어 살고 있는 인근 나라들에 사신을 보내 항복을 청했다. 황제의 명을 받아 그리스를 방문한 페르시아 사신은 그 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그는 그리스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국가 아테네로 갔는데 그들이 페르시아와 맞서 싸울 것인지 그냥 항복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스는 민주국가로 이러한 결정을 위에서 내리지 않고 시민들의 투표로 정했다. 시민들이 우르르 동네 광장으로 몰려들더니 처음에는 시끄럽게 말싸움을 하며 찬반을 논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로 갈려서 소리를 지르고 몸싸움을 하거나 칼을 꺼내며 더욱 험악하게 싸우기까지 했다.

 

그러는 와중에 여러 그리스 웅변가들이 국민들에게 싸워야 한다, 또는 항복해야 한다 등의 소신들을 발표했다. 어느 정도 소란이 잦아들자 모든 시민들에게 하얀색과 까만색 돌을 주고는 찬성은 하얀색, 반대는 까만색 돌을 항아리에 던져 다수결로 전쟁을 할지 항복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이 시끄럽고 소란스럽고 느린 광경을 본 페르시아 사신은 페르시아로 돌아가 황제에게 돌아가 이렇게 보고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해서, 투표로 모든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절대로 단합을 못하고, 작은 일을 결정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니 황제께서 젊은 패기와 결단력으로 쳐들어가면 그리스인들은 바람 앞에 먼지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영화 '300' / 출처 : Warner Bros>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페르시아는 그리스에 쳐들어갈 때마다 번번이 패했다. 페르시아의 수십만 대군이 스파르타의 300명 전사들 앞에서 쩔쩔 맸다. 그리고 마라톤 전투에서 거의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이 내용은 실제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쓴 장면을 각색한 것이다. 그리스 역사가들은 페르시아의 대군과 싸워 이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투표를 했다. 자기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발언권이 있었던 만큼 전쟁을 하자는 결정이 나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투에 임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유인의 군대를, 노예로 이루어진 페르시아 군대로는 이길 수 없다.’ 라는 것이다. 이 사례는 논쟁과 싸움을 통해 나랏일을 결정하는 서구의 ‘토론문화’의 힘에 대해 설명할 때 인문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투표 과정이 시끄럽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나를 대변해줄 것 같은 마음에 드는 정치가가 없더라도, 정치 뉴스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 않더라도 20-30대들이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투표란 마음에 드는 정치가를 당선시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많다는 것을 모든 정치가들에게 인지시켜, 미래를 이끌어갈 내 입장을 정부가 정책에서 반영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조승연

1981년생, 뉴욕대학교 경영학 학사 출신의 작가.

<비즈니스 인문학>, <이야기 인문학>, <그물망 공부법>, <공부기술>, <생각기술> 등의 저자로 방송 <비밀독서단>, <언니들의 선택>, <즐거운 책 읽기>에 출연했다.

 

 

정정당당스토리 바로가기(blog.nec.g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블로그 

 

첨부파일 : 20160218003.jpg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들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담당부서와 사전 협의 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콘텐츠 만족도

평가하기

- 담당부서 : 홍보과 / 02-503-2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