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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선거]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01-01

[시와 선거]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

 

 

어린 시절 텔레비전과 학교에서는 ‘나 하나쯤이야’ 캠페인이 열풍이었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생각하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에 세뇌당했던 나는 그 캠페인의 열성적인 수호자가 됐다. 길에 쓰레기가 보이면 줍고, 아주 가끔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면 죄책감을 느꼈고, 휴지를 쓸 때는 서너 칸만 뽑았다. 친구들한테까지 훈계를 했으니 좀 유별난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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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활 어린이였던 나는 이제 불량 어른이다. 횡단보도 아닌 데서 막 길을 건너고 휴지를 펑펑 뽑아 쓴다. 거대하고 탄탄한 세상은 ‘나 하나’의 먼지 같은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깨달음 혹은 믿음이 내 안에 자라났다. 자랑스러운 고백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테다.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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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시인이 꼬집듯이 ‘나 하나’로는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는 무력함이 시민들을 지배한다. 민주주의와 인간성에 대한 믿음은 섣부른 이상주의로 멸시당하는 게 최근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고 시인은 잘라 말한다. 꽃 한 송이, 단풍잎 한 장처럼 미약해 보이는 ‘하나 하나’가 모여 꽃밭과 울긋불긋한 산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기적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 대한 인식은 각기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으며 그 시작은 내게서 비롯된다는 것, 어릴 적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단순한 민주주의 진리를 시인은 전하고 있다.

 


망설임 없는 시인의 목소리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냉소와 비관을 따라 온 내게 오래 울림을 남겼다. ‘나 하나’의 마음이란 들꽃 한 송이처럼 쉽게 흔들리고 상처받는 가냘픈 것이다. 그렇게 약한 만큼 역설적으로 ‘나 하나’의 행동은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 ‘나 하나’의 변화가 무엇보다도 가장 가치가 있다. 나부터 먼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보자. 그게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 아니겠는가.

 

 

글/ 경향신문 문화부 김여란 기자

 

 

정정당당스토리 

 

첨부파일 : fl20150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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