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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선거이야기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10-19

영화 <일렉션(Election, 1999)>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선거에 관심이나 있답니까?”

 
 
미국 어느 고등학교의 아침. 아직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교정을 두 사람이 바쁘게 다니고 있다. 한 명은 이 학교의 윤리교사인 짐(매튜 브로데릭)이고 다른 한 명은 학생 트레이시(리즈 위더스푼)다. 언제나 자상하고 부지런한 선생님이었던 짐은 이 날에도 아침 일찍 운동장을 뛰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트레이시에게는 야심의 아침이다.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하던 사람,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사람. 영화 <일렉션>은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학생회장 선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아직 어린애지만, 자신을 어린애로 생각하지 않는 트레이시는 이미 짐의 동료교사와 스캔들을 일으킨 바 있다. 동료교사는 교직에서 파면됐고, 짐은 그날 이후 트레이시의 거침없는 욕심을 두려워했다. 이제 권력욕까지 품은 트레이시를 저지하기 위해 짐은 계략을 꾸민다. 짐이 아니었다면 트레이시는 선거에 단독 출마해 찬반투표를 거쳐 웬만하면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짐은 학교에서 인기가 높은 미식축구부 주장인 폴을 꼬드긴다. 권력욕은 물론이고 뛰어난 지능도 없는 폴은 그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한다. 그리고 그날 폴의 동생이자 레즈비언인 타미는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다. 타미의 연인은 뜬금없이 폴에게 접근하고, 연인을 뺏어간 오빠에게 복수를 하고자 타미도 선거에 출마한다. 이 학교의 학생회장 선거는 그렇게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일렉션>은 <사이드웨이><디센던트> 등을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1999년 작품이다. 학교선거에 빗대 현실정치를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상당히 냉소적이다. 관객들이 볼 때도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들 가운데 투표를 하고 싶은 인물은 없을 것이다. 트레이시는 매사 똑똑하고 자기주장도 강한 학생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재수없는’ 캐릭터이고, 폴은 인기도 많고 착하지만 멍청하다. 그리고 타미는 선거자체에 관심이 없다. 영화 속에서 선거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 하나 이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선생까지도.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후보를 확정한 후 강당에서 열린 연설회날. 트레이시와 폴은 역시 그들답게 연설을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그저 그렇다. 오히려 학생들의 박수를 받는 쪽은 타미다. 왜? 학생들을 열광시키고, 선생님들을 분노하게 만든 그녀의 연설은 아래와 같다.
 
“누가 이 바보 같은 선거에 관심이나 있답니까? 누가 회장이 되건 상관없다는 걸 우린 다 압니다. 진짜로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요? 우리 중 누구 하나라도 더 행복하거나 나아지나요? 상관있는 유일한 사람은 회장에 뽑히는 자뿐입니다. 이 한심한 쇼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지 대학 입학 원서에 써 넣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니까 날 뽑아줘요. 저는 대학도 갈 생각이 없고요. 신경도 안 써요. 학생 대표가 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할 거에요. 제가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대표가 되면 학생 조직을 갈가리 찢어서 없애놓을 거라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연설회가 열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날 찍지 않아도 돼요! 아예 투표도 하지 마요!”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한창 세상에 냉소적인 나이의 여고생이 터트린 이 발언으로 영화 속 학교는 들끓는다. 선거를 없애겠다는 연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아이러니한 상황. 꼭 영화 속 학교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은유하는 미국, 그리고 넓게는 한국까지. 대의민주주의제도를 가진 나라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혹할 만한 연설일 것이다.
 
하지만<일렉션>이 비웃는 건 바로 이 연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선거를 부정한다고 해서 선거를 바꿀 수도 없고, 선거에 출마한 사람을 바꿀 수도 없다. 바보 같은 선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결국 선거뿐인 것이다. 결국 <일렉션>은 바보 같은 사람들이 벌이는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당선되고 싶은 욕망이 컸던 트레이시는 갑자기 늘어난 후보자 수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급기야 충동적으로 다른 후보들의 포스터를 찢어버린다. 선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자, 타미는 범인이 트레이시인 줄 알면서도 자기가 찢었다는 거짓말을 해서 일부러 퇴학을 당한다. (그래서 그녀는 멋진 여학생들이 많은 카톨릭 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선거 당일. 트레이시는 딱 1표차로 폴을 제친다. 하지만 트레이시가 당선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선생 짐은 개표과정에서 그녀의 표 몇 장을 숨겨버리고, 이 사실이 다시 발각되면서 학교를 떠난다. 언제나 매년 열렸을 학생회장 선거가 하필 최악의 바보들이 참여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은 것이다. 역시 바보 같은 선거는 우리의 일상에도 바보 같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출처 : United International Pictures>
 

비록 선거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는 영화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 교육을 받은 입장에서 볼 때 <일렉션> 속 학생회장 선거는 꽤 흥미롭다. (요즘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미국의 아이들과 달리 한국의 학교에서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선거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반장은 선생님이 지정했고, 학생회장은 그냥 공부도 잘하는 데 집에 돈도 많은 아이가 되곤 했었다. 만약 많은 한국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치열한 선거전을 경험했다면, 성인이 된 후의 투표율도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한때는 대학 내의 총학생회장선거가 그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선거의 투표율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헌법에 따르면 선거는 권리다. 헌법이 정한 의무와 함께 권리도 교육하는 건 당연한 일. 이왕이면 재미있는 체험형 학습이 더 좋을 것이다. 바보 같은 선거라도 일단 경험을 해야 바보 같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 :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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