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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정치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10-05

정치인과 요리사는 그 뿌리가 같다

 

 

현대사회의 시스템은 단번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잘게 쪼개어져 엉켜 있지만 그 근원은 복잡하지 않다. 문명을 만들기 전에 단순하게 살았던 인간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이 복잡함은 인간이 괜히 벌여놓은 일처럼도 느껴진다.

 


인간이 문명을 만든 것은 1만 년 전이다. 농경의 시작이 곧 문명의 시작이다. 그 이전에 인간은 채집과 수렵으로 살았다. 문명 이전의 인간이 살았던 기간은 600만~700만 년이다. 인간의 여러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1만 년보다 그 이전의 600만~700만 년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600만~700만 년을 살아오면서 몸에 붙인 행동, 관습, 정신 등이 단 1만 년 만에 확 바뀔 리가 없다. 그럼 먼저, 현재의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먼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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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시대 이전에 인간은 80~120명의 부족 단위로 살았다. 집단으로 여기저기 떠돌며 채집과 수렵으로 먹을거리를 확보하였다. 채집은 여자가 하였고 수렵은 남자가 하였다. 여자는 아기를 낳고 키워야 하니 수렵에는 적합하지 않다. 부른 배로 아기를 등에 업고 밀림을 헤치며 짐승을 잡는 일은 어렵다. 남자가 사냥을 한다 해도 잡아오는 것은 많지 않았다. 여자가 채집에서 얻는 먹을거리가 인간의 생존에 더 많은 기여를 하였을 것이다.

 


채집이 생존에 이득이 컸기는 하나 인간 집단이 더 공고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으로 가는 길을 연 것은 사냥이다. 채집은 단독으로 할 수 있으나 사냥은 단독으로 할 수가 없다. 본래 인간은 사냥짐승이 아니다. 손톱이며 이빨을 보라. 이것으로 짐승의 머리를 치거나 목을 물어 절명시킬 수가 없다. 빨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도 없다. 후각이며 시각, 청각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단독의 사냥꾼으로서는 빵점짜리 동물이다. 그러니 집단으로 사냥을 한다. 조직하고 전략을 짠다. 그래야 짐승을 사냥할 수 있다.

 


사냥에 나서는 인간 집단을 상상해보라. 내버려두면 제각각으로 의견을 낼 것이다. “저 산으로 가자, 이 산이 좋겠다, 꿩을 잡자, 아니다 멧돼지 잡자, 두 팀으로 하자, 아니다 세 팀이 낫다.” 온갖 주장이 뒤섞이게 된다. 이때에 필요한 것이 부족장이다. 의견을 듣고 하나의 의지로 통합하고 이를 자신의 통제 하에 실현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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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장은 사냥에 나아가 부족원을 이래라 저래라 하며 통제를 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짐승을 잡아야 능력 있는 부족장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부족장이다. 그런데 부족장은 여기에 그의 업무를 한정시키지 않는다. 사냥에 성공을 하면 이 일과 관련하여 의식을 치러야 한다. 먹을거리를 준 자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이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얻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사냥물의 피와 살점 일부를 잘라 ‘알지 못하는 그 어떤 힘’에 고수레를 한다. 제사장으로서의 부족장이다.

 


제사를 치르고 나서, 이제는 사냥물을 나누어야 한다. 멧돼지를 잡았다 치자. 이를 구웠다 치자. 다리 넷에 몸통과 머리 각각 하나, 그리고 내장. 이를 부족원에게 골고루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리 나누고 저리 나눈다. 모두가 불만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요리사로서의 부족장이다.

 


문명 이전에 부족장은 정치인이며 제사장이며 요리사였다. 농경이 발달하면서 도시가 커지고, 더불어 인간 조직이 복잡해졌다. 부족장 하나에 정치와 종교, 요리를 다 맡길 수 없게 되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두고 ‘정교분리’라 하여 역사에서 배운다. 권력화한 정치와 종교는 인간 집단을 통제하며 그 권력으로 자신을 영예로운 듯이 포장하였다. 심지어 정치인과 종교인은 제 스스로 신이나 되는 것처럼 굴기도 한다. 그런데 요리는 인간의 역사에서 별 중요하지 않은 듯이 밀려났다. 요리는 스스로 권력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시되었다.

 


요리사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 음식을 먹을 사람들이 따로 존재하고, 그들을 먹이기 위해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 먹고 나서야 요리사가 먹는다. 이는 먼 옛날 부족장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부족장은 사냥물을 나눌 때에 자신이 먼저 선택하지 않는다. 맨 나중에, 부족원이 나누어진 사냥물을 다 가지고 난 다음에, 나머지 하나가 부족장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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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인에게서 나는 부족장의 그 위대한 전통을 보지 못한다. 다들 제 몫의 사냥물을 내놓으라고 아귀다툼이다. 앞에 나서 일을 도모하여도 내 몫을 버리는 것이 부족장임을 잊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문명 이후에 부족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배덕(背德)의 부족장’을 견제하도록 만든 것이 선거제도이다. 나의 몫을 주장하지 않고 사냥물을 골고루 잘 분배해줄 듯한 부족장을 스스로 뽑자는 것이 이 제도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보면, 요리사가 자신이 한 음식을 스스로 먹으며 맛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요리사가 정치인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인류의 긴 역사에서 보면 이런 별종의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이끌 참된 부족장을 알아보기 때문이다. 선거도 그렇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인간 본능에 충실하여 선거를 치르면 세상은 행복해질 것이다.

 


글 :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정당당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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