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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선거이야기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08-24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연설을 위해 몸을 단련시킨 정치인

 


정치인에게 ‘연설’의 능력은 곧 ‘정치’의 능력이다. 단순히 메시지만 전달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믿도록 설득시켜야 하고 때로는 상대방의 반박을 무력화시켜야 하며, 무엇보다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의 진심도 담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진심이 담겨야 하겠지만, 누가 그의 진심을 알아줄까? 정확히 말하면 진심이 담겨야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의 진심을 느끼도록 만들 연기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연기력에는 멋진 단어뿐만 아니라 쇼맨십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연설 중인 오바마 대통령 / 출처 : http://www.christianpost.com >

 


“여기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1년에 1만 5,000달러(약 1,600만원) 미만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그렇게 살아보라.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져라!"

 


대통령의 연설치고는 다소 과격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일으켰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으며, 무엇보다 감동을 전했다. 그런데 왜 이런 정치인의 명연설에는 주로 외국 정치인의 이야기만 하게 되는 걸까? 돌이켜보면 한국 정치인의 연설 가운데 그나마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건, SNS 상에서 비웃음거리가 됐던 연설이 대부분이다. 감동을 전하거나, 화려한 쇼맨십으로 사람들의 머리에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만들었던 한국 정치인의 연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정치인에게 쇼맨십보다는 차분함과 점잖은 이미지를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연설에 그리 많은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는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은 왕 중 한 명인 조지 6세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이 심했던 그가 마이크에 대한 공포를 치료하는 과정을 다룬 성장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킹스 스피치>는 한 명의 정치인이 자신의 연설을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출처 : (주)화앤담이엔티>

 


이야기의 무대는 조지 6세가 아직 앨버트 왕자, 듀크 공작 혹은 버티(콜린 퍼스)로 불리던 1930년대 런던이다. 아버지인 조지 5세(마이클 갬본)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할 형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는 미국인인데다가 두 번의 이혼 경력을 가진 월리스 심슨(이브 베스트)과 사랑에 빠져 있다. 장남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조지 5세는 둘째 아들인 버티에게도 왕족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한다. 버티에게는 무엇보다 아버지를 대신해 연설을 해야 하는 일이 큰 곤욕이다. 소문난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지만 발음 연습에 치중한 그들의 치료법은 버티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그런 남편의 고통을 보다 못한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는 수소문 끝에 호주에서 온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찾아낸다. 그는 재야에서 소문난 언어치료사인 동시에 셰익스피어의 연극에 심취해 있는 연극배우 지망생이다. 왕자를 대면한 라이오넬은 무엄하게도 동등한 위치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을 버티(왕가에서만 부르던 이름)로 부를게요. 제 궁궐에서는 제 법을 따라주세요.” 영국이 전 세계 58개 연방을 갖고 있던 시절, 영국의 왕자와 호주 출신 배우 지망생의 지위는 이때부터 반전된다. 버티는 왕자인 자신이 평민에게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굴욕과 거듭되는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는 말더듬 증세, 점점 더 제멋대로인 형과의 갈등 속에서 더욱 깊은 두려움에 빠진다.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출처 : (주)화앤담이엔티>

 


개봉 당시, 영국의 영화 전문지 『엠파이어』는 <킹스 스피치>를 “장애를 가진 왕족의 <록키>”라고 평했다. <킹스 스피치>는 자신과의 가혹한 싸움, 그리고 인간승리의 드라마라는 것 외에도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훈련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훈련을 감내해야 하는 주인공이 왕족이라면 어떨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아내를 배 위에 올린 상태에서 호흡 훈련을 하고, 차가운 마룻바닥을 굴러다니는 왕자라니. 그처럼 <킹스 스피치>는 왕을 왕이 아닌 고충을 겪는 한 명의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극 중에서 조지 6세의 아버지인 조지 5세 또한 이렇게 말한다.

 


“왕족은 어떤 피조물보다도 낮고 비천한 존재야. 옛날에는 말에서 떨어지지만 않으면 됐지만 이제는 각 가정에 비위도 맞추고 홍보를 해야 해. 우리는 이제 배우가 된 거야.”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출처 : (주)화앤담이엔티>

 


세금을 걷거나, 전쟁을 선포하거나, 의회를 해산할 수도 없는,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국민을 향한 연설뿐이다. 조지 6세의 고통은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와 가족과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만약 라디오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형인 에드워드 8세가 사랑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왕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또한 조지 5세의 말은 현재의 정치인에게도 그대로 해당될 것이다. 정치인에게 연기력은 원래도 중요했지만, 수많은 동영상과 이미지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더 중요한 덕목이 됐다. 이에 따라 정치인의 연설에도 시대에 맞는 비주얼과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완성도 높은 연기를 위해서는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처럼 자신이 가진 특권을 내려놓고, 스스로 쌓아놓은 점잖음에 대한 강박도 벗어버릴 필요가 있다.

 


<킹스 스피치>는 이미지 정치가 태동한 시점으로 돌아가 우리에게 지도자가 갖춰야 할 이상적인 자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 영화다. 그 자질은 연설 능력이기도 하고, 연기력이기도 한데,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능력이 부족한 경우 열정을 쏟아 노력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정치인이 자신의 연설에 진심을 담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바닥을 구르고, 소리를 지르던 노력 덕분에 조지 6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과 군인들을 결집시켰고, 덕분에 가장 존경받는 왕이 될 수 있었다. 그처럼 감동적인 연설이 많아야 선거 또한 더 흥미로운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서로를 헐뜯는 비방만 난무하는 선거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울 건 분명하다.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 :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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