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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6-07-04

 

지난 5월 15일, 지구 반대편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정·부통령선거, 상 ·하원의원선거,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선거위원회에서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및 남미국가연합(UNASUR) 소속 참관단 등 300명이 넘는 대규모 국제 선거참관단을 초청하여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선전하고자 했고, 자국의 민주주의 및 선거 절차를 소개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번 선거부터 시행된 ICT 전자선거장비를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며 선보였다.


12개국 30명으로 이루어진 A-WEB 국제선거참관단의 일원으로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하는 것이 결정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도미니카공화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포털사이트 검색이었다. 그때까지도 나에게 도미니카공화국은 카리브해의 너무나 생소한 섬나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총 6박 9일의 선거참관 일정동안 도미니카공화국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선거관리 시스템 및 선거운동방법으로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했으니 한편으론 흥겹고 한편으론 너무 쇼킹했던 선거참관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의 축제 같은 선거운동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하게 허용하고 있는 선거운동방법이었다. 비행기 꼬리에 “OOO은 당신의 친구입니다!”라는 문구를 매달고 도시 곳곳을 비행하는가 하면 도심 한가운데서 후보자의 홍보용 플래카드를 달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반 유권자들도 지지하는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용품을 직접 만들어 행진에 참가했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골목을 누비는 선거운동원들도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1 
<하늘을 수놓은 후보자의 메시지가 보이는가. 이 비행기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도시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2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3 
<선거 홍보차량과 선거 광고판에는 별다른 공약 없이 후보자 사진, 이름, 정당명, 정당번호 등만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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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5 


<물병에도 후보자 얼굴을 붙이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홍보활동을 펼치는 선거운동원들. 유권자 중에는 직접 선거운동용품을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콜럼버스가 만든 남미 최초의 도시라는 시내 유적지 ‘소나 콜로니알(Zona Colonial)’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골목골목마다 흥겨운 라틴음악에 맞추어 무희들과 함께 춤추며 선거운동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것이 선거운동인지, 축제 퍼레이드인지 도무지 헷갈릴 정도였다. 거리 행진 차량에서는 공짜 물과 모자, 티셔츠 등을 환호하는 유권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내 환호성도 유효했는지 모자 하나를 얻는 행운이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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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9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선거관계자, 유권자 할 것 없이 모두들 이 선거운동을 즐긴다. 지지자들이  입고 있는 옷도 개인이 디자인해서 만들었지만 제작비는 후보자가 주었다고 한다.>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대중연설회가 이런 것이었을까. 어른들이 말하는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의 모습이 이랬을까. 함께 갔던 팀원은 꼭 70년대 우리의 선거운동 장면을 보는 것 같다며, 그런데 이 사람들은 정말 이 행사를 즐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우리도 어깨가 들썩들썩할 정도였으니 첫인상 한번 참 강렬했다고 하겠다.

 

실제 선거날 보았던 알록달록하고 커다란 투표용지며, 투표소 개표를 하는 터라 조금은 부실하게 제작된 투명한 종이투표함, 그리고 우리 참관단에게 기표용구 같은 물품을 꼭 챙겨왔으면 했던 선거참관 담당자의 말이 무색하게도 기표용구가 검은색 사인펜이어서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되었던 점 등 우리나라와는 선거용품이 완전히 달라 참관 내내 굉장히 흥미로웠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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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12 
<(위부터) 투표용지, 투표함, 기표대와 기표용구. 투표용지마저도 이토록 화려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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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뒷면에는 해당 투표소 번호와 주소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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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17 
<투표소 앞에 줄을 선 유권자들과 투표소 내부 모습. 투표소는 대부분 학교 교실에 설치되어 공간이 좁은 편이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전자선거는 시기상조?


자, 그렇다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그토록 보여주고 싶어 했던 전자선거는 과연 잘 치러졌을까.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선거운동이나 투·개표 참관 시, 그리고 참관단 숙소조차도 전기시설이 열악해서 자주 정전되는 등 전기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ICT 장비를 활용한 전자선거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실제로 선거일에도 오전 6시에 시작해야 했던 선거가 장비 문제로 1시간가량 지연되어 오전 7시쯤 시작했고 개표 시 사용하려 했던 투표지 스캐너도 고장이 많아 비상대책으로 마련했던 수개표 방식이 오히려 주가 되었다.

 

참관단이 도미니카공화국을 떠날 때까지도 개표는 60%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정?부통령선거와 상 ·하원의원선거, 지방선거까지 3개 선거를 동시에 치르다 보니 한 투표소당 유권자가 겨우 500여 명이고 투표소 개표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개표가 마무리된 것은 선거가 끝나고도 2주 후인 지난 5월 29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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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개시 전 전자선거장비 점검 중인 투표사무원. 기계 오작동으로 투표가 지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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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부터 실시된 장애인 거소투표. 전국에서 딱 100명만 혜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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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표소의 보안을 책임지는 선거 경찰. 놀랍게도 경찰과 군인은 선거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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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를 시작하면 밖에서 문을 잠가 출입을 통제하고 선거경찰이 보안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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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함 후 선거별로 투표지 수를 확인하는 개표사무원. 도미니카공화국은 투표소 개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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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선거장비인 투표지 스캐너, 이 장비 역시 불량이 많아 대체수단이었던 수개표 방식이 주가 되었다.>

 

실제로 한국에 돌아와서 도미니카공화국의 선거결과가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충격적인 뉴스들이 줄을 이었다. 개표 결과, 다닐로 메디나(Danilo Medina)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이 큰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고 의회 또한 여당이 재집권했지만 다소 큰 격차의 대선 결과와는 달리 내홍이 심했다.


선거 직후 대선후보 6명이 개표상황표 중 60% 이상이 유권자 수보다 투표지 수가 많았던 점 등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참관 기간 동안 진행된 선거포럼이나 대선 후보자 간담회 등에서 만난 후보자와 정당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부정선거운동이나 매수 ·매표행위 그리고 정치자금법의 부재 및 선거비용의 불공평함 등에 대해 걱정하고 또 불안해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어느 지방에서는 불에 타다 만 투표지가 대량으로 나와 난리였다고 하고 개표 지연으로 인한 폭력사태로 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단다.

 

또 선거 직후 블룸버그통신은 유권자들이 현금 20달러 또는 유류나 물품 등을 제공받고 투표권을 매수했다고 전했는데 선거 다음날 진행됐던 국제 선거참관단 디브리핑 자리에서도 루마니아 참관단이 이러한 매표 행위를 실제 목격했다고 발표했고, 우리 참관단이 만났던 유권자 인터뷰 때도 500~1,000페소(13,000~26,000원) 정도의 돈을 받고 투표하기도 한다고 했으니 매수·매표 행위는 비단 여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흥겨워 보이는 선거운동의 이면에 감춰져 있었던 어두운 측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듯 했다.

 

이렇듯 만연한 기부행위와 매수 ·매표 행위로 인해 유권자의 소중한 선거권이 상실되고 금권선거가 주도하는 선거문화,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나 유권자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도미니카공화국에 정말 필요한 것은 민주시민교육이 아닐까.


선거참관을 하면서 우리 팀 담당이었던 선거위원회 직원 헤시스 씨에게 도미니카공화국에도 청소년이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선거 당일 투 ·개표소에서 신청자에 한해 선거 도우미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마저도 실제 투표 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인 키르기스스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전자선거 장비 등을 수출했던 것을 기억한다. 헤시스 씨의 이야기를 듣고 개발도상국 선거장비 지원사업처럼 우리나라의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사업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같은 맥락에서다. 정치인 및 유권자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해, 소중한 투표권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전자선거 도입만큼 시급하고 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선거 참관기 '세상에, 이런 선거가!' 관련이미지26 
<투표소에서 현지 언론 인터뷰도 진행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 도미니카공화국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선거관리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선진적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럽다가도 우리 국민들도 이들처럼 선거를 축제처럼 즐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선거의 결과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향한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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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 선거위원회 직원, 보안 담당 군인공무원과 함께 기념촬영>

 

도미니카공화국의 다음 선거는 4년 후인 2020년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선거를 참관하고 온 나는 아마 4년 뒤에도 이 나라의 선거에 대해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지금보다 긍정적인 뉴스를 접할 수 있기를, 그리고 흥겹고 즐거웠던 선거운동만큼 도미니카공화국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도 잊지 않고 진짜 축제가 되는 선거를 즐길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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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경기도 구리시선거관리위원회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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